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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팁

바둑과 쇼기: 일본의 양대 보드게임

격자 위의 흑백 돌, 그리고 잡은 말을 다시 내려놓을 수 있는 오각형 말. 여행자를 위한 바둑과 쇼기의 역사, 기본 규칙, 직접 보고 둘 수 있는 곳을 소개해요.

흑돌과 백돌이 놓인 나무 바둑판과 오각형 나무 말이 놓인 쇼기판

일본의 동네 회관이나 온천 휴게실을 지나다 보면, 혹은 두 시간 넘게 조용히 이어지는 TV 중계를 보다 보면 두꺼운 나무판 앞에 몸을 숙인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일본에는 대표적인 전략 보드게임이 두 가지 있어요. 흑백 돌로 두는 바둑(, 이고)과 체스의 사촌뻘인 쇼기()예요. 둘 다 프로 기사와 신문사가 후원하는 타이틀전이 있고, 남녀노소 팬도 많아요. 잘 두지 못해도 괜찮아요. 기본만 알아도 대국 중계나 박물관 전시, 료칸에 놓인 판이 훨씬 재미있게 보일 거예요.

바둑의 짧은 역사

바둑은 고대 중국에서 태어나 대륙을 거쳐 천 년도 훨씬 전에 일본에 전해졌어요. 7세기 무렵에는 이미 궁정에서 두었고, 나라의 보물 창고 쇼소인에는 8세기 바둑판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겐지 이야기》에도 궁녀들이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와요.

에도 시대(1603~1868)에는 막부가 공식 바둑 가문을 후원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이 혼인보() 가문이에요. 이 가문의 기사들은 쇼군 앞에서 대국을 펼쳤고, 혼인보라는 이름은 지금도 일본 최고 프로 타이틀 중 하나로 남아 있어요. 오늘날 일본 프로 기사들은 일본기원()이나 간사이기원()에 소속돼 있어요.

쇼기의 짧은 역사

쇼기는 체스와 같은 계열의 게임이에요. 이 계열은 고대 인도의 게임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어요. 일본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아직 의견이 갈리지만, 헤이안 시대에는 초기 형태가 두어졌고 9×9 판을 쓰는 지금의 형태는 16세기 무렵에 자리 잡았어요. 바둑처럼 에도 시대에는 막부의 후원을 받았고, 대대로 이어진 가문이 메이진(, ‘명인’) 칭호를 이어 갔어요.

쇼기만의 가장 큰 특징은 잡은 말을 다시 쓰는 규칙(, 모치고마)이에요. 상대 말을 잡으면 내 편이 되고, 나중에 판 위에 다시 내려놓을 수 있어요. 말은 납작한 오각형이고 양쪽 색이 똑같아서, 뾰족한 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누구 말인지 구분해요. 그래서 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형세가 뒤집히는 짜릿한 게임이에요.

지금은 일본장기연맹()이 프로 무대를 운영해요. 최고 스타는 후지이 소타()예요. 10대 초반에 프로가 됐고, 주요 8대 타이틀을 동시에 모두 차지한 사상 첫 기사가 됐어요. 그의 대국은 전국 뉴스가 되고, 대국 중에 주문한 점심 메뉴까지 화제가 될 정도예요.

AI 시대

이제 두 게임 모두 컴퓨터가 어떤 인간보다 강해요. 바둑에서는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쇼기 프로그램도 비슷한 시기에 최정상 프로를 넘어섰어요. 그렇다고 게임이 시들해진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연구 방식이 바뀌었어요. 프로들은 AI로 훈련하고, 중계 화면에는 형세 판단 막대가 떠서 초보자도 누가 유리한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바둑 두는 법

바둑은 가로세로 19줄 판에서 둬요. 초보자용이나 빠른 대국에는 9줄, 13줄 판도 써요.

  1. 돌 놓기. 흑이 먼저 두고, 번갈아 빈 교차점에 돌을 하나씩 놓아요. 한번 놓은 돌은 움직이지 않아요.
  2. 둘러싸서 잡기. 돌이나 이어진 돌 무리 바로 옆의 빈 점을 활로(, 다메)라고 해요. 상대가 마지막 활로까지 막으면 그 무리는 통째로 잡혀서 판에서 들어내요.
  3. 집 짓기. 목표는 상대보다 더 넓은 빈 공간을 둘러싸는 거예요. 일본 규칙에서는 마지막에 내가 둘러싼 빈 점과 잡은 돌의 수를 더해서 세요.
  4. 패(, 고). 돌 하나를 잡고 곧바로 되잡히는 모양이 끝없이 반복될 수 있을 때는, 잡힌 쪽이 다른 곳에 한 수 둔 뒤에야 되잡을 수 있어요.
  5. 덤(, 코미).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기 때문에 백에게 보너스 점수를 줘요. 일본 규칙에서는 보통 6.5집이에요. 0.5집 덕분에 무승부가 없어요.

양쪽이 모두 패스하면 대국이 끝나요. 규칙은 5분이면 배우지만, 평생을 두어도 끝이 없는 게임이에요.

쇼기 두는 법

각 말에 이름이 적힌 쇼기의 처음 배치
처음 배치예요. 내 말은 뾰족한 쪽이 상대를 향하고, 상대 말은 나를 향해요. 말마다 王将(왕), 飛車(비차)처럼 이름이 적혀 있어요.

쇼기는 9×9 판에서 두고, 각자 20개의 말로 시작해요. 목표는 상대 왕을 외통으로 잡는 것이에요. 말에 한자가 적혀 있으니 몇 글자만 익혀 두면 편해요.

말 한자 움직임 승격하면
왕 모든 방향으로 한 칸 —
비차 앞뒤 좌우로 원하는 만큼 용왕 : 비차 + 대각선 한 칸
각행 대각선으로 원하는 만큼 용마 : 각행 + 앞뒤 좌우 한 칸
금장 앞뒤 좌우와 앞쪽 대각선으로 한 칸 (뒤쪽 대각선은 불가) 승격 없음
은장 네 대각선과 바로 앞으로 한 칸 금장처럼 움직임
계마 앞으로 두 칸, 옆으로 한 칸 뛰기 (앞으로만) 금장처럼 움직임
향차 앞으로만 원하는 만큼 금장처럼 움직임
보병 앞으로 한 칸 (잡을 때도 앞으로) 도킨 : 금장처럼 움직임

승격. 상대 진영의 마지막 세 줄이 적진이에요. 말이 적진에 들어가거나, 적진에서 나오거나, 적진 안에서 움직이면 뒤집어서 승격할 수 있어요. 승격은 선택이지만, 승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경우(마지막 줄의 보병·향차, 마지막 두 줄의 계마)에는 반드시 승격해야 해요.

말 내려놓기. 말을 움직이는 대신, 잡아 둔 말을 빈칸 아무 곳에나 내 말로 내려놓을 수 있어요. 내려놓는 말은 항상 승격하지 않은 상태예요.

주요 금지 수:

  • 이보(, 니후). 같은 세로줄에 승격하지 않은 보병을 두 개 둘 수 없어요. 프로도 가끔 이걸로 반칙패를 해요.
  • 보병 내려놓기 외통(, 우치후즈메). 보병을 내려놓아서 외통을 만들 수는 없어요. 판 위의 보병을 움직여서 외통을 거는 건 괜찮아요.
  • 움직일 수 없는 말. 마지막 줄에 보병을 내려놓는 것처럼, 앞으로 절대 움직일 수 없는 곳에는 말을 둘 수 없어요.
  • 천일수(, 센니치테). 같은 국면이 네 번 반복되면 선후를 바꿔 처음부터 다시 둬요. 단, 계속 장군을 부르는 연속 왕수(연속 장군)로 천일수가 되면 장군을 부른 쪽이 져요.
  • 무르기(, 맛타). 친선 대국에서 규칙은 아니지만, 둔 수를 물러 달라고 하는 건 실례예요. 말에서 손을 떼면 그 수로 확정이에요.

여행 중에 보거나 둘 수 있는 곳

  • 일본기원 (도쿄). 바둑 협회 본부는 이치가야에 있어요. 프로 대국이 열리고 아마추어가 둘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운영 시간이나 영어 행사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해 주세요.
  • 간사이기원 (오사카). 서일본의 바둑 협회로, 프로와 아마추어 대국의 거점이에요.
  • 쇼기회관 (도쿄). 센다가야에 있는 일본장기연맹의 본거지예요. 일반인이 둘 수 있는 쇼기 도장과 함께, 판·말·프로 기사 사인 부채 등을 파는 매장도 있어요.
  • 기원과 쇼기 도장. 일본 곳곳에 작은 (고카이쇼, 기원)와 (쇼기 도조)가 있어요. 입장료를 내면 직원이 비슷한 실력의 상대를 짝지어 줘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이 많지만, 판 위에서는 말이 별로 필요 없어요. “초보예요”라는 뜻의 (쇼신샤 데스) 한마디면 충분해요.
  • 온라인. 바둑은 OGS나 KGS, 쇼기는 81Dojo나 Lishogi 같은 사이트·앱에서 영어로 둘 수 있어요. 여행 전에 연습하기 좋아요.
  • 온천 료칸. 큰 타이틀전은 전통적으로 유명한 온천 료칸이나 호텔에서 이틀에 걸쳐 열려요. 실제 대국에 쓴 판을 자랑스럽게 전시해 둔 료칸도 있어요. 로비나 휴게실에 투숙객용 바둑판·쇼기판을 둔 곳도 많으니 프런트에 물어보세요. 유카타 차림으로 한 판 두는 조용한 밤, 꽤 근사하답니다.

대국할 때의 매너

바둑도 쇼기도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나요. 짧은 말이니 외워 두면 좋아요.

언제 말 뜻
대국 전 (오네가이시마스) 잘 부탁합니다
돌을 던질 때 (마이리마시타) 제가 졌습니다
대국 후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 감사했습니다
  • 기권으로 끝내는 게 보통이에요. 승부가 확실히 기울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라고 말해요. 가망 없는 판을 끝까지 두는 것보다 깔끔하게 기권하는 쪽이 품위 있다고 여겨져요.
  • 대국이 끝나면 함께 판을 되짚어 보는 감상전(, 간소센)을 하기도 해요. 상대가 권하면 최고의 무료 레슨이에요.
  • 기원에서 구경할 때는 조용히 보고, 남의 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훈수를 두지 않아요.